요람에서 무덤까지
우리 아버지는 나에게 주민등록증의 생년월일 만을 남겨둔 채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 나는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바다를 보았다. 낯선 이야기들과 모습들이 떠 다니는 바다, 각자의 길, 자기 자신의 이야기 밖의 다른 것들을 무시하는 눈빛과 행동들 그들은 각기 그 바다위에 집을 짓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들은 나에게 이런 많은 편견들을 가르치려 했고 나는 어느덧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들과 같은 자리에 서 있게 되었다. 노란줄을 따라 걸어라! 니 길을 벗어나는 자는 낙오자다 이곳에선 변명따위는 통하지 않는다. 다른 곳에 시선을 두지 마라. 항상 너 자신만을 생각하라. 노란줄을 따라 걸어라! 할아버지 변 낫게 해주시구요. 아빠돈 많이 벌게 해주시구요, 엄마 까까 집에 많이 주고요, 우리 할머니도 병 다 낫게 해주세요. 나는 나도 모르는 시간이라는 배를 타고 그 바다위를 표류한 채 내가 아닌 시선들과 생각들을 만들며 어느새 어른이 되어 있었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자리, 또 다시 나의 아이들, 우리의 아이들에게 우리가 만들어 놓은 혼란이란 이름의 그림을 보여줘야만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