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어느 땐고 허니
숙종 대왕 즉위 초라
황주 도화동에는
일찍이 남편을 잃고
슬하에 자식 없이
혼자 사는 과부 하나 있었난디
이 과부의 이름이
뺑덕이네라 혔겄다
밥 잘 먹고 술 잘 먹고
떡 잘 먹고 고기 먹고
돈 밝히고 금 밝히고
코큰 남자 좋아하고
여자 보면 째려보고
남자보면 방긋 웃고
이것저것 좋아하는 뺑덕이네
보리밭에 만났었던
황봉사 도망가고
수수밭에 만났었던
김봉사도 도망가고
고추밭에 만났었던
고봉사도 도망가고
각종 봉사 털어먹는 뺑덕이네
아 외로운 밤 별도 달도 잠든 밤
아 아 한잔 술로 달랜다
마을 소문 들어보니
도화동에 심봉사 돈도 많고
코도 크고 마누라가 없다는데
타고난 건 내 목소리
자기야 자기야 뺑덕이네
속이 없는 심봉사는 뺑덕어멈
목소리에 귀가 번쩍 심장 벌렁
잠 한숨을 못 이루고
꿈 속에선 뺑덕이가
자기야 자기야 뺑덕이네
아 외로운 밤 별도 달도 잠든 밤
아아 한잔 술로 잠든다
이렇듯 뺑덕이네는
마음씨 착한 심봉사를 만나
일편단심하며 살겠다고
맹세를 했건만
그때 마침 뺑덕이네 앞에
보리밭에서 만났었던
황봉사가 나타났는디
밥 잘 먹고 술 잘 먹고
떡 잘먹고 고기먹고
돈 밝히고 금 밝히고
세상 여자 좋아하고
낮이면은 도박질에
밤이면은 주색잡기
이것 저것 좋아하는 황봉사라
보리밭에 만났었던
뺑덕이네 차버리고
수수밭에 만났었던
귀덕이네 차버리고
고추밭에 만났었던
고씨부인 차버리고
세상여자 좋아하는 황봉사라
아 외로운 밤 별도 달도 잠든 밤
아아 한잔 술로 달랜다
아 뺑덕이네 달과 같은 덕이네
아아 한잔 술로 달랜다
마을 소문 들어보니
도화동에 뺑덕이가
돈이 많은 심봉사와
알콩달콩 산다는데
세상 여자 좋아해도 여자 중에
단 한 여자 나한테는
뺑덕이뿐 뺑덕이네
속이 없는 뺑덕이는
황봉사의 목소리에
귀가 번쩍 심장 벌렁
잠 한숨을 못 이루고
꿈 속에선 황봉사가
덕이네 뺑덕이네
뺑덕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