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옷 갈아입은 이 길은
오랜 기억 머금은 수채화
우리 중학교 건너편
이젠 이름도 바뀌어진
너의 옛 그 동네
나란히 쪼그려 앉던 냇가
티없이 장난치던 돌다리
더듬거리면 만져질 듯이
스물 두 살의 우리 눈에 선해
안녕 잘 지내고 있니
게으른 난 여전히 그 시절에 살아
볼멘 혼잣말도 하고
피식 웃기도 하며
바보마냥 이렇게 말야
지금 넌 어디를 걷니
내 더딘 걸음 여태 이 길 위를 맴돌아
행여 닳아 없어질까
그마저도 거두고
이 계절 한 켠에 초라히 걸터앉아
추억만 내쉬는 까만 밤
너는 먼저 어른이 되었고
늦되이 세상을 배웠던 난
나이만 먹은 소년인 채로
서글픈 옛 추억 잎 줍고 있지
안녕 별 일 없는 거니
비겁한 난 여전히 그 시절에 숨어
몇 줄 하찮은 글귀에
감히 너를 담으며
그냥 저냥 이렇게 지내
넌 지금 행복한 거 맞지
네 모진 걸음 날 여기 두고 가버렸지만
아주 아주 늙은 뒤에
우리 혹시 스치면
거짓말로라도 내게 말해주겠니
나처럼 그리워했다고
참 많이 보고 싶었다고
날 제일 사랑했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