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저사람이었으면하는마음으로
- 이용채 -
1.
너무 오랜 기다림에
그도 이제
지치리라.
누구도
정해진 운명을 거역할 수 없고
작은 우연으로도
운명의 그림자는 느낄 수 있다.
누군가
다시 슬퍼지는 것은
<이 사람이다> 말해 왔던 그가
내 정해진 이가 아니었음을 느끼고는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것일 뿐.
아무라도
운명의사람과 만나기까지는
숱한 기다림에지쳐
쓰러지기를
몇 번이고 반복해야만 하고
어렵게 만나진 사람조차
나와 같은 운명의 그가 아니라면
아무리 사랑하더라도 보낼 수 밖에.
2.
낯설지만
숱한 만남이 다가올 때마다
이번에는
이번에는 그였으면 하는 바람은
누구라도 만날 때마다 느끼던
가슴에 얹혀진 작고 하얀 손이다.
숱하게
다른 운명으로 만나지는 사람들.
얼마나 더 어긋나야
그 어긋남 속에서
결국에는 그가
나타나고야 말 것인지
언제나 그곳엔 지친 가슴의 나무가
잠시
흔들리고 있다.
3.
나의 기다림의
전부를 가져 갈 그가
마지막 숨을 쉬기 전에라도
반갑게 눈물로 만나질 것인지
차라리
내가 울어버리고 말 것을.
이미 혼자 태어난 삶이라면
아무리 외롭더라도
홀로 견딜 수 있어야 함을 안다 해도
늘상
아픔이 오면
물러서기를 몇 번이고 반복하고
물러선 거리만큼
더욱 초라해지는
내 길고 쓸쓸한 그림자.
4.
이제는 정말
견딜 수 없다고
누군가의가슴을 원할 때마저
빌린 그의 가슴이
이미 떠나 보내어야만 할
낯선 가슴인지도 모르는데
애꿎은 사람을 붙들고
바보처럼 울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
슬픈 가슴은 비로 내리고
한차례 소낙비마저
무지개를 바라지 않고
길을 닦을 때
맑은 길로 그가
성큼 걸어 왔으면 좋겠다.
5.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만큼
아픈 일이 없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이 떠나는 것만큼
슬픈 운명이 없을지라도
떠날 사람은
어떤 모습으로든
아무리 소리쳐 잡는다 해도
떠나고야 만다.
다시 또
다른 누군가가
내 가슴을 두드리는 것만큼
반가운 것이 없을지라도
그를
쉽게 사랑하기가 두려워
망설이기를
몇 번이고 반복해야만 한다는 걸
나는 이미
어쩔 수 없이 알고 있다.
6.
내가 울었던 만큼
나를 버리고 가버린 누군가도
같은 운명이 아님을 통곡하며
몇 번이고 목놓아 울었을지 모르고
다음에
또 다른 이가 만나지더라도
내가 전에 만났던 그를
가끔은 그리워한 것처럼
그도 한번쯤은
내가 그리워
서성거리는 마음을 가졌으리.
쉽게 만나지지 않는 운명의 사람.
이제 그만 지쳤다고
두 손을 들고
기다림을 멈춰버리기라도 하면
그때 나타나려나.
쓰러진 나를 세워
따스한 가슴에 안아 주려나.
7.
그를 만나기 전까지
나와 만났던 사람들에 감사하며
비록 나를 떠나버린 사람일지라도
그의 잘못이 아니었음을
조금씩 깨달아 갈 즈음에
이제는
작은 운명의 그림자라도
발아래 밟혔으면 좋겠다.
잠시 얼굴 비추고는
잊혀지는 사람들이 아프고
앞으로
얼마나 더 그런 사람들을 만나게 될지
알 수 없기에
누구라도 반갑게 맞이할 가슴 하나를
준비해 두어야겠다.
다시 떠난다 해도 서운치 않을
넉넉한 가슴을
마련해 두어야겠다.
8.
이미 나를 떠나버린 사람들이
미워질지라도
그들이 나를 떠났기에
앞으로
내가 꼭 만나야만 할 운명의 사람이
내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고
잠시 그들이 머물던 자리가
허전하고 외로울지라도
언젠가는 오고야 말 그를 위해
내 옆을 비워 둔다고 생각해야지.
비워진 자리가
자꾸 아파 오더라도
더 넓게 비워 두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