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고

정태춘


갈 바람 소리에
두 눈을 감으면
내가 섰는 곳은 어딘고
나는 누구인고
옷자락에 스미는 찬 바람에 움츠린
나는 외로운 산길의 나그네로구나

하얀 달빛 아래
고개를 숙이면
내가 섰는 곳은 어딘고
나는 누구인고
풀밭 아래 몸을 털고 먼 곳을 향해 떠나는
나는 외로운 밤길의 나그네로구나

찬 새벽 이슬에
단잠이 깨이면
내가 있는 곳은 어딘고
나는 누구인고
근심스런 눈빛으로 울듯이 떠나가는
나는 내 먼 길을 헤매는
나그네로구나

(197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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