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수청산 개인 날에 어딜 가잔 나비더냐
이리로 훨, 저리로 훨, 봄 바람에 너풀대니
에헤요, 매운 세상 어드메서 꽃을 피나
양지녘이 따가우면 그늘 아래 놀고
얼굴빛이 희거르면 탈바가지 쓰고
북장단에 신 오르면 깨끼춤이나 추고
다리 걸려 넘어지면 우리 형님 힘 내소
가는 세월 잡고 보니 무너진 돌담이요
오는 세월 잡아 봐도 냄새나는 남의 제사
시골 장터 한 구석에 풍장 벌려 놓고
오는 사람 가는 사람 살풀이나 할거나
일락서산 저문 날에 어딜 가잔 나비더냐
이리로 훨, 저리로 훨 노을 속에 넘나드니
에헤요, 식은 세상 어드메서 꽃은 피나
공산명월 깊은 밤에 어딜 가잔 나비더냐
이리로 훨, 저리로 훨 그림자로 너풀대니
에헤요, 텅 빈 세상 어드메서 꽃은 피나
양지녘이 따가우면 그늘 아래 놀고
얼굴 빛이 희거드면 탈바가지 쓰고
북 장단에 신 오르면 깨끼춤이나 추고
다리 걸려 넘어지면 울아버지 힘 내소
천리길도 머다 않고 너를 보러 왔건마는
인적 없는 바람결에 너울 너울 춤만 추고
소매 자락 풀어지고 나막 짚신 다 해지면
고개 너머 세월 너머로 나를 다려 갈거나
새벽 달이 남거들랑 단둘이나 갈거나
(1984년 4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