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한 저녁을 위하여

꽃다지


평온한 저녁을 위하여
(박노해/글, 유인혁/가락)

나면서부터인가

노동자가 된 후부터인가

내영혼은 불안하다

새벽잠을 깨면

또다시 시작될 하루의 노동

거대한 기계의 매정한 회전

잔업끝난 귀가길

산다는 것 노동자로 살아간다는 것의

깊은 불안이 또 나를 감싸고

화창한 일요일 가족들과

오붓한 저녁상에도 보장없는

내일의 깊은 불안이

이 세상에 태어나

노예살이하는 것도 아닌데

풍요로운 이 대한민국에서

떳떳이 일하며 살아가는데

상쾌한 아침을 맞아

즐겁게 땀흘려 노동하고

뉘엿한 석양녘 공장문을 나서

조촐한 밥상을 마주하는

평온한 저녁을 가질 순 없는가

이제는 평온한 저녁을 위하여

평온한 미래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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