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람 부는 광야에 한참을 망연히 서
문득 눈을 떠 보니 나 홀로 남아 있네.
오늘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함께 걷던 이들은 지금 어디에 있나?
내 앞을 질러갔거나 내 뒤에 오고 있나?
혹은 이름도 없이 사라졌나?
너무 멀리 와버렸는지, 아직 많이 남아 있는지
걷고 걸어 같은 곳으로 돌아온 기분도 드는데
그들이 가르친 이 길은 어디로 향해 있나?
어제로 가는 건가? 내일로 가는 건가?
혹은 어디에도 갈 수 없는 건가?
너의 머릴 밟지 않고 그 곳에 갈 수 있을 것인가?
그저 오늘 하루도 살아남은 것이 기쁠 뿐인가?
너의 머릴 밟지 않으려 멀리 돌아 여기 왔지만
나, 발을 딛고 선 이 땅에 이미 형제는 누워 있었네.
비바람 부는 광야에 한참을 망연히 서
문득 눈을 떠 보니 누군가 오고 있네.
오늘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