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송이
이름없는 들꽃으로
피었다가
지리라
바람으로 피었다가
바람으로 지리라
누가 일부러 다가와서
허리 굽혀
향기를 맡아준다면
고맙고
황혼의 산 그늘만이
찾아오는
유일한 손님이어도
또한 고맙다
홀로 있으면
향기는 더욱 맵고
외로움으로 꽃잎은
더욱 곱다
하늘 아래 있어
새벽 이슬 받고
땅 위 심장에
뿌리 박고
숨을 쉬고 있으니
더 무엇을 바라랴
있는 거 가지고
남김없이 피우고
불어가는 바람에게
말을 전하리라
빈 들에 꽃이
피는 것은
보아 주는 이 없어도
피는 것은
한 평생 홀로 견딘
그 아픔에
미련없이 까만 씨앗
하나 남기려고 함이고
한 송이 이름없는
들꽃으로
피었다가 지리라
끝내 이름없는
들꽃으로
피었다 지리라
맑은 하늘 아래 있어
새벽 이슬 받고
땅 위 심장에
뿌리 박고
숨을 쉬고 있으니
더 무엇을 바라랴
이름없는 들꽃으로
피었다가
끝내 이름없는 들꽃으로
피었다 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