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아마, 메로 아마 II

한승석 & 정재일

고향은 서쪽 하늘가
눈 덮인 산들은 구름에 안겨
멀고 먼 히말라야
독수리 맴도는 아득한 벼랑에
벌들이 집을 짓는 초여름 저녁
야크 떼 울음소리
산기슭을 넘어오면
들꽃 점점이 돋아난 풀밭에
어머닌 무릎 꿇고 젖을 짜겠지요

아마, 아마, 메로 아마 (엄마, 엄마, 나의 엄마)
마프 고르누스 데레이 데레이 (미안해요, 많이 많이)
돌아가고 싶지만 돌아갈 수 없네요.

너 있는 그곳 어딘가
차가운 눈길에 쫓기고 밀려
낯설은 서울 하늘
있어도 없는 너
달리고 달리다
끝내 네가 쓰러진 막다른 골목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
사인불명 성명미상
병원 영안실 차가운 냉동고
네 몸은 어둠 속에 홀로 길게 누워

초라, 초라, 메로 초라 (아들아, 아들아, 내 아들아)
마프 고르누스 데레이 데레이 (미안하구나, 많이 많이)
찾아가고 싶지만 찾아갈 수 없구나.

고향은 서쪽 하늘가
눈 덮인 산들은 구름에 가려
멀고 먼 히말라야
하늘이 가까워 별들도 가까워
가난한 등불들도 별이 되는 곳
겨울밤 눈보라가
산등성이 내려와서
들창 가만히 두드리고 가면
어머닌 난 줄 알고 문을 여시겠지요

아마, 아마, 메로 아마
마프 고르누스 데레이 데레이
초라, 초라, 메로 초라
마프 고르누스 데레이 데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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