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고백

이숙영
앨범 : 이숙영의 시(時) 그리고 악(樂)

날이 저물면 네 얼굴이 커져서
날이 저물면 하늘에 걸리다
날이 저물면 노을이 되어서
하루가 저물 듯 우리의 삶
이렇듯 저물어 갈지니
사랑하는 사람아 저무는 두 마음
노을로나 타올라 그대와 섞이고 싶어
처음이다
이토록 유순한 순종은 처음이다
오늘은 산넘어 산도 그대 가슴이다
어디를 걸어도 그대 발길에 나는 밟힌다
닿지 않아도 가슴 으깨어지는 이 기쁜 파열
아내와 마주 앉아 있을까
아이들과 옛날 얘기 즐기고 있을까
읽던 책 덮고 문득 바라보는 하늘
대낮의 별소나기
당신은 하나인가 하늘에도 나무에도
바람속에서도 터벅터벅 걸어나오는 당신은 몇인가
눈감아도 피할 수 없는
수천 수만 번식하는 당신은 균인가
일시에 세상에 갖고 싶은 것이 없었다
첫날에 한 시간을 만나고
한달을 행복했다
그러나 어느날 두시간을 만나고
두시간만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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