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무도 아닙니다. 앞으로도 아무도 되지는 않으렵니다
지금은 존재하기에 너무도 초라한 몸
그러나 훗날에도 마찬가지일 테지요.
어머님들, 아버님들이시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정말 키워 주신 보람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잘려질 몸입니다
아무한테도 쓸모 없는 신세입니다.
지금은 너무 이르고
내일이면 너무 늦을 것입니다.
내가 걸친옷은 이 옷 한 벌 뿐
헤어지며 빛이 바랩니다.
영원을 간직하는 옷입니다.
어쩌면 신 앞에서도 지킬 수 있는 영원입니다.
나한테 남은 것이라고는 이 한 줌 머리카락 뿐입니다.
(언제까지나 똑 같은 것이지만)
한때는 사랑하는 이의 것이었지요.
이제는 사랑이라고는 모르는 그 사람이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