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이 돌아온다
-김 지 향 시
달빛에 허연 뼈를 뽑아들고
길모퉁이에 비켜서있다
흰 옷 입은 나무들의 그림자가
밤을 썰어내는 톱질 소리를 내며
구멍 뚫린 공간을 빠져나간다.
시간을 쏟아 먹는 좀벌레가
발소리를 이고 땅 밖을 기어간다.
귀가 게우는 개구리 소리를
둑 모가지에 걸어두고
품팔이 갔던 바람이 돌아온다.
조용하다.
달이 툭 땅 가득 떨어질 뿐
흰 옷 입은 나무들의 눈이 깨어져
사방에 흰 빛을 뿌릴 뿐
바람이 문 빗장을 풀고 들어갈 뿐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