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막 (酒幕)에서
-김용호 시
어디든 멀찌감치 통한다는
길 옆
주막
그
수없이 입술이 닿은
이 빠진 낡은 사발에
나도 입술을 댄다.
흡사
정처럼 옮아오는 막걸리 맛
여기
대대로 슬픈 노정(路程)이 집산하고
알맞은 자리, 저만치 위의(威儀) 있는 송덕비(頌德碑) 위로
맵고도 쓴 시간이 흘러가고 ·····
세월이여!
소금보다도 짜다는
인생을 안주하여 주막을 나서면,
노을 비낀 길은 가없이 길고 가늘더라만
내 입술이 닿은 그런 사발에
누가 또한 닿으랴.
이런 무렵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