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레나가 된 순희 - 안다성
[순이 내가 왔어 얼마나 찾았다고 순이
순이라 순이가 아니에요
어제의 못난 순이는 죽고 이제 에레나에요
순이 돌았어 뜬 소문에 헛소문에 역마다 돌아서
항구마다 흘러서 오늘에야 만났는데 그게 무슨 소리야
어때요 이 보석 귀걸이와 다이야반지를 보세요
그래도 순이라고 부르겠어요 난 싫어요 싫어
그 가난하고 비참한 순이가
그 순이가 싫어서 이렇게 에레나가 됐어요
이 더러운 년 가난해도 못살아도 한 세상 변함없이
매미 우는 그 마을 물방아도는 그 고장에서 살자더니
이 더러운 년 다시는 고향 생각마라 난 간다
갈려면 가시구랴 누가 붙잡나]
그날 밤 극장 앞에서 그 역전 카바레에서
보았다던 그 소문이 들리는 순이
석유불 등잔 밑에 밤을 새면서
실패 감던 순이가 다홍 치마 순이가
이름조차 에레나로 달라진 순이 순이
오늘 밤도 파티에서 춤을 추더라
[사랑하는 칠석씨 안녕히 가세요
그리고 날 용서하세요
이렇게 눈물을 깨물면서 용서를 비옵니다
고향이 그리워도 못가는 아픈 마음
오늘 밤 낯설은 이 항구에서
고향별 바라보며 슬피 웁니다]
그 빛깔 드레스에다 그 보석 귀걸이에다
목이 메어 항구에서 운다는 순이
시집 갈 열아홉 살 꿈을 꾸면서
노래하던 순이가 피난 왔던 순이가
말소리도 이상하게 달라진 순이 순이
오늘 밤도 파티에서 웃고 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