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자 사이로 수양버들이
스스스스 제 몸을 떨면
밤이 늦도록 잠 못 이루는 여인은
노래에 기대어 우네
잔 꽃무늬가 가득 수 놓인
소맷부리를 동여맬 때
철없던 소녀는
내 님이 오시길 빌었다네
어찌 잊으라 하십니까
그 빛나던 한 때를
그저 다 잊으라 하면
까맣게 잊힐 줄 아십니까
나를 부르던 목소리
이제와 간 데 없고
새처럼 훨훨 날아가신 님이여
어머니의 등에 업혀서 듣던
곡절의 의미를 알겠노라
여인들이 소녀에게
꽃들이 새에게 부르던 노래
너를 사랑하지 않는 이에게
사랑을 구하지 말 지어라
어떤 사람들은 죽는 순간까지도
사랑을 몰라
안개 자락이 푸른 옥빛을
처마 위에 새기고 가면
뒷문 밖에는 잠 못 이루던
누이가 부르는 갈잎의 노래
비단 물결은 달을 따라서
세상을 두루 다니는데
누이는 어느새 한 폭의
그림이 되어 있네
어찌 잊으라 하십니까
그 짧았던 한 때를
그저 다 잊으라 하면
하얗게 잊힐 줄 아십니까
나를 만지던 손길은
이제와 간 데 없고
새처럼 훨훨 날아가신 님이여
떠난 님의 품에 안겨서 듣던
곡조의 의미를 알았노라
사내들이 소녀에게
새들이 꽃에게 부르던 노래
이미 돌아서서 가는 이에게
사랑을 부르지 말 지어라
어떤 사람들은 죽는 순간까지도
너를 사랑하지 않는 이에게
사랑을 구하지 말 지어라
어떤 사람들은 죽는 순간까지도
사랑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