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
눈꺼풀 위로
내려앉은 햇살을 걷으며
내 곁에 네가 또 네 곁에 내가
있다는 게 늘 새롭다
어느 날
일상에 네가 젖어드는 걸 느꼈지
그 순간부턴 화려한 거리도
온통 무디고 시시하더군
작은 방 안에 새드는 바람일까
아직 읽히지 않은 긴 책장일까
말은 시가 되고 몸짓은 춤이 되어
노래를 부르던
멀리 시간이 한참을 흐른 뒤에
고운 우리 이름마저 사라지면
그리운 마음만 여기 남아서
찬란히 빛나던 그 시절을 헤매-네
수잔
사랑한다는 건 이름을 불러주는 것
난 네 이름을 한가득 머금고
수도 없이 더듬어 본다
한창 짙어진 오월의 초록일까
굳은 바위에 부딪는 파도일까
너는 새가 되고 나는 나무 되어
서로를 부르던
멀리 시간이 한참을 흐른 뒤에
고운 우리 이름마저 사라지면
보고픈 마음만 여기 남아서
찬란히 빛나던 그 시절을 헤매네
찬란히 빛나던 그 시절을 헤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