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머

정태일

난 오늘도 네모난
모니터 앞에 앉는다
어지러운 내 맘같이 정돈되지가 않은
나의 코드를 따라간다
늘 하루가 반복되는 것 같아도
익숙해지지 않는 내 수많은 오류들이
오늘을 새롭게 만든다
한걸음 더 나간 시간이
미숙한 자국을 남기고
가는 곳마다 갈팡질팡하는
발자국만 어지러워도
내 직업은 나의 미숙함을 찾는
부끄러운 흔적을 대면하는 일
난 실수가 많아도 있는 내 모습을
피하지 않는 그게 내 일이다
제자릴 맴도는 오늘이
허무하게 사라져 가도
서있는 자릴 더욱 단단하게
다져가는 오늘을 본다
내 직업은 나의 미숙함을 찾는
모자란 생각들을 대면하는 일
수많은 오류들이 나의 일부란 걸
피하지 않는 그게 내 일이다
반복되는 착오 미숙함
날 말해주는 개성이란 이름이었네
내 직업은 나의 미숙함을 찾는
어리석은 실수를 찾아가는 일
난 터무니없게도 실수가 많다는 걸
피할 수 없는 그게 내 일이다
어리석은 내 모습까지
피하지 않는 용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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