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두리

최민수 ( 시낭송 )

이 내 몸이 죽어가도 가슴에 맺힌 사연들은
내가 떠난 그 후에도 잊혀지지 않을 거야
이 내 몸이 병들어도 못 다한 말 너무 많아
수북수북 쌓인 눈에 쌓인 눈에 묻혀질까
이 내 몸이 죽어가도 가슴에 맺힌 사연들은
내가 죽은 그 자리에 들꽃 한 송이로 피어날 거야
내가 죽은 그 자리에 들꽃 한 송이로 피어날 거야.
1990년 11월 2일 오후, 구름 한 점 없는
냉혹한 하늘을 등지고
회색 도시 속에 힘겹게 살아가다 그러다 문뜩
어느 꽃향기를 맡은 거 같았습니다.
쏟아지는 검은 빗속에 내 낮의 시름을 맡기고
터덕터덕 돌아갈 길을 찾을 때,
그때서야 알았습니다.
1990년 11월 1일, 당신이 들꽃 한 송이로 피어나
내 가슴속에 자리 잡은 것을,
이리와 소년아 진리와 환성과 빛을 캐는 광부여
거대한 회색 울타리 속에 고독한 투쟁자야
내 낡은 옷깃 위에 떨어진 눈물 한방울 같이
당신의 시련에 차가운 그 모습은
바로 나의 모습 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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