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녁 나지막히 둘이 앉아서
바라봤던 작은동산이
이제는 예전 모습 남지 않았네
지워져 버렸네
기억나니 내 몸에 짙게 배인 너의 향기
잠시 나를 스처갔던 지난날이
혹시 누군가에게 들킬까봐 꼭꼭 숨긴
술래잡기 놀이하듯 감춘 비밀예기
서울에서 왔단 소녀
다정했던 모녀
이름도 모르지만
너무나 니가 좋아 오와 기분좋아
아껴놓은 보물들을 손에 쥐고 구경시켜주며 놀곤 했었지
해질녁 나지막히 둘이 앉아서
바라봤던 작은 동산이
이제는 예전 모습 남지 않았네
지워져 버렸네
내마음속의 풍경들
코 찔찔이 내모습이 뭐가 맘에 들었는지
항상 넌 웃곤했어 헌데 줄건없어
딱지 세장 눈깔 구슬 몇 개가
그때가 가장 부자 라고 생각했어
어느해 학교 운동회 때
우린 발을 묶고 한몸이 되어
누구보다 빨리 운동장을 가로질렀잔아
누구보다 세차고 빠르게 가로질렀잔아
어느덧 이름대신 어른이란 명찰을 달고
허름한 교복대신 곧게 세운 정장을 입어
날씨도 무자게 추운데
그때 그 소녀 잘지내고 있을련지
집으로 가던길에 한강 다리를 건너는데
노을이 막 지려는게 보여
내 어린날의 기억
다시금 추억했어
낡은 서랍속에 꼭꼭숨겨논 마음속의 풍요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