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는 사계(四季)의 바퀴 다시
옷깃 여미는 우수의 계절에 떨어지는
오동나무잎에 묻히듯 나는 추억의
늪에 빠져 벽이 없는 우물같은 하늘 그
하늘에 당신의 두레박줄 늘여 내 생명의
샘물 길어 올려주면 내 마른 목줄기
적실 것을 빈 두레박 홀연히 떠올라 나의
적수공권(赤手空拳)에 쥐어지면 우물
속엔 해와 달과 별이 차갑게 흐르고 생과
사의 거친 모래알 씻어주는 맑은 시냇물처럼 내
여윈 얼굴 위론 하얀 은하수만 어지러이
여울져 이제 다시는 보지 못할 그리운
내 아버지 모습인양 이 계절에 나의
우물 속으로 찾아오는 고귀한 피와
살과 뼈의 손님과 아... 서러운 가을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