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편지

이성일
앨범 : 그리운 바다 성산포

겨울속을 이끄는 바람은
어쩐일인지 온통 황량함으로만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아프고 초라했던 추억마저도
하나하나 오히려 잃어버리는 듯한 허전함으로
빈 가슴을 더 차갑게 비우고 갑니다
겨울속에선 무덥던 그 여름 하루
우리를 푸르게했던 물빛 하늘조차도
마른 빛으로 남아있습니다
그것은 마치 결코 빛나지도 않았고
결코 동의되지도 않던
차가운 당신의 마지막 눈동자처럼
결코 소리내어 웃지 않았던 당신의 웃음처럼
허공만..
결코 다정하지도 않았던 당신의 모든것을
원점으로 돌아가게한 모두의 슬픔입니다
겨울 모퉁이에 서서
시린 발길을 따라 외면했던 자신을 돌아보고
어릿광대 같은 우스꽝스러운 얼굴들이
얼음 발자국처럼 피어있습니다.
그리고, 더 아프게 얼어붙는 내 심장이
그리고 나를 위해서는 작은 몸짓 하나도 허용하지 않았던
당신의 오만한 아름다움
우리의 세월은 겨울이었습니다
시한을 향수로 얼룩졌던 당신의 세월
당신을 위해서는 천마리 학을 접는 기원을 거절하지 않았고
나의 세월도 모두 겨울이었습니다
겨울속에서는 모두가 돌아설 뿐입니다
인사도 없이 가버리던 당신처럼
그러나, 어쩌다 남아있는 패잔병의 뒷모습같은 아픈 기억만이기에
야릇한 전쟁의 향수처럼 부질없는 미련따위
아직도 용서할수 없는 가느다란 노여움의 줄기
겨울속에서는 다만 들을수 있는 그 모든 것들도
볼수 있는 그 모든것들도 숨쉴수 있는 그 모든것들도
그저 겨울일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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