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술집

손병휘

비틀거리면 흔들리는 간판
저 문을 열면 내가 보인다
푸연 백열등 아래로
가난한 푸은 청년하나
사랑에 대하여 자유에 대하여
밤새워 뒤척이던 술잔
고모집 이라 이름 붙였지
외롭던 날의 나의 사랑
푸연 백열등 아래서 고함을 치듯 얘기하던
여물지 않은 것들에 대해 밤새워 뒤척이던 꿈들
떠내려가듯 흘러만 간다 표정 없이 흘러만 간다
바람같은 시간은 무심하게
나를 또 어디든 데려가겠지
길을 걸으며 나를 본다
나를 보면 바람만 분다
세상살이 시달려 가며
일상이 된 하루 또 하루
모든 지나긴 것들은 아름답고 삶은 사람을 속이는구나
그날들을 잊어야하나 그 푸른 시간을 잊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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