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곁에 나는 이끼처럼 머문다
내 몸 타고 미끄러져 가는 옛 노래
내 하늘을 가득 소음으로 채운다
새들만이 주소를 알아본 섬나라
이런 밤은 다른 세계란 걸 믿는다
빌딩보다 구름이 낮은 밤
흔적 없이 길은 노래 뒤로 숨었다
베개 속에 꺼져 있던 길의 숨소리
잠을 깨워 술을 불러 함께 걷는다
느릿하게 물러나는 밤의 눈동자
너무 커서 못 보는 얼굴이 그립다
빈 액자가 발끝에 치인 밤
골목마다 다른 불빛들이 환하다
누구 하나 듣고 있지 않은 노래들
비도 없이 멜로디는 젖어 무겁다
섬나라의 시민들이 적은 손 글씨
이런 밤은 색이 바랠 만큼 걷는다
익숙해진 노래를 망치는 비밀
사람들은 어딜 떠나려고 바쁘다
밤 열차는 여기에 소리로 남는다
밤이 듣는다
누가 떨면서 있다
다정함을 지키던 마음 속 괄호가
새들 틈으로 날아갈 때
온 밤이 듣는다 밤이 듣는다
꼭 붙어서 있다
바위 속에 한 번쯤 닿고픈 이끼가
새벽쪽으로 커갈 때 온 밤이 듣는다
밤의 곁에 나는 이끼처럼 머문다
내 몸 타고 미끄러져 가는 소리들
이런 밤은 다른 세계란 걸 믿는다
내 하늘은 가득 소음 속에 갇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