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어느 길 위에
빛바랜 사진 처럼
어제와 같은 길을
걷는 나를 보았지
내일을 향한 나의
그 몸부림에도
어찌 나는 제자리인지
찬 거리 가로등불 아래
그냥 별들을 바라보다
나의 텅빈 쉴 곳으로 가는 길
길에서 문득 기억과의
유쾌하지 못한 만남
잊혀질거라 믿었는데
아니 그렇게 믿어야 했지
이제 퇴색한 내 기억이여
제발 날 내버려두오
이런 날 비춰주는 저 달님이여 안녕
오늘도 난 이렇게 흘러가버리나봐
그리고 나는 언제까지나
슬픈 노래를 부르는걸까
잊혀질거라 믿었는데
아니 그렇게 믿어야 했지
이제 퇴색한 내 기억이여
제발 날 내버려 두오
내가 사랑한 세상이여
아픔 없이 그대 웃을 수 있길
내가 다시 태어나 나무가 되어
그대 기댈 수 있도록
나의 사막에 꽃이 피어 나무가 자라
새들이 춤추는 날에
목마른 아기고양이 목을 축이는
조그만 연못 있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