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써 잠을 청해보려 밤새 뒤척이다
벌써 시간은 다섯시반
침대 한귀퉁이에 앉아
물끄러미 어둔 밤을 바라보고 있네
조그만 창문을 통해 전해오는
새벽녘의 서늘함이
형체도 기척도 없이 나를 쫓는 두려움이
내게 손짓하네
조각난 꿈의 파편들이 온 대기를 떠도네
그리운 할머니의 음성과 함께 흩날린 순간들
아득히 멀어져 가네
돌아올 수 없는 나의 모래궁전이여
작별을 고하네
돌아오지 않는 나의 오색풍선이여
어깨를 밟고 선 유령들이
이젠 어른이 되어라 말하네
빛바랜 그 시절의 영상과 함께
흩날린 순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