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이 톡톡톡
창문을 두드리던
어느 날 오후 2시에
나를 찾아왔던 너
싱그러운 잎사귀
입 안 한가득 물고
느릿 느릿하게
하지만 위풍당당하게
처음 보는 매끈한
몸매에 눈을 빼앗겨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길
벌써 한 시간
가끔 무거운 짐을
조금씩 내려놓으며
그대가 옮긴 발걸음은
이제 20cm
좀 더 다가와줘
살금 살금
나를 그만 떨리게 하고
앞으로 앞으로
한 걸음씩
여전히 느릴 지라도
여전히 느릴 지라도
비가 그치고 나서
햇빛이 찾아오면
어딘가에 숨을 곳은
마련해 두었는지
혹시 갈 곳이 없어
고민하고 있다면
내 집에서 좀 더
함께해 줄래 달팽이야
좀 더 다가와줘
살금 살금
나를 그만 떨리게 하고
앞으로 앞으로
한 걸음씩
조금은 느릴 지라도
오늘이 지나면
또 언제쯤 볼 수 있을까
내일부터 나는 다시
비를 기다릴 거야
널 기다릴 거야
조금은 느릴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