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어리 피아노

김일두

창문이 난 지붕 아래
먼지 쌓인 골방에서
침대에 누워 불을 붙여
콩팥까지 빨고 나니
들리지 않는 두 번의 노크
가방 속 칼 한 자루 외투 속 송곳
누구를 위한 것일까
여름 지나기 전
벙어리 피아노의 B를 쳐야 돼
들리지 않는 두 번의 노크
성당 옆 워싱턴의 윈도우는
저승꽃 보다 컸어
그런 말 하지마
그 따위 말 누가 못 해
모습이 남루한
자들의 특별한 지혜
그런 말 하지마
그 따위 말 누가 못 해
시끄러운 벨소리에 화가 나
끝끝내 문을 열었더니
어디서 본 듯한 들판의 아이
여긴 언덕배기 들 따윈 없어요
들리지 않는 두 번의 노크
징징거리는 부셔 놨던 벨
열리는 잠궜었던 문
저벅거림은
올라 오는 한 생물의 것
들리지 들리지 않는 두 번의 노크
여긴 언덕배기 들 따윈 없어요
들리지 들리지 않는 두 번의 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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