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일요일 오후가
아쉬운 사람
나는 월요일 아침이
두려운 사람
마법이 깨지는 순간에도
죽을 때까지 내 편인 사람
사랑은 무조건 믿어주는 것
토 달지 않고 믿어주는 것
말하고 싶을 때도
침묵해 주는 것
침묵이 괴로울 때도
침묵해 주는 것
푸르지만은 않은 삶의 나날들
비바람에도
천둥 번개 서리 우박에도
나를 놓지 않을 사람
그런 사람
그런 사랑
사랑
너무 오래 끓인 육수처럼
깊지만 텁텁한 사랑
시간
식은 라면처럼 맛 없어도
먹어치워야만 하는 시간
투박하고 서툰 마음들
망설이다 시기를 놓친 말들
가끔씩 내미시는 누우런 지폐에
조용히 쌓여가는 채무감
인생은 역시 뜻대로
되지 않는 거라고 말하는
당신의 어깨가 가늘게 느껴질 때
작은 안경에 시력을 꾸지 않으면
한 장의 책장도
넘기기 힘들어 할 때
생일보다 죽음을 챙기는
친구들이 늘어갈 때
당신의 부재를 슬며시 상상할 때
이제는 역할이 바뀐 것 같아요
차마 자존심이 상하실까
죽을 때까지 철 없이 살고 싶다고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고
팅커벨 도움 없이 가 보려던
네버랜드
모든 딸들은 평생
당신을 극복하려 살아가지만
나의 장점
나의 단점
모두 당신에게서 온 것을
낙인보단 머리칼 색깔처럼
문신보단 콧망울 모양처럼
그렇게
원래부터의 나의 어딘가
여기의 네버랜드
내가 사는 나라
아버지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