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 초등학교에 다니는 사랑이는
책을 좋아하는 소녀예요.
도서관을 제집처럼 들락거리죠.
너무 자주 들락거려서 도서관 사서 선생님도
사랑이만큼은 기억해 주고 친절히 대해줘요.
오늘도 사랑이와 사서 선생님은
서로 인사하며 오후를 맞이해요.
“오늘 새 책이 왔어! 한번 볼래?”
“정말요? 어떤 책들이 왔을까?”
사랑이는 여러 책 중에서도
우주와 사랑에 제일 관심이 많답니다.
드넓은 우주만큼 마음속에는
우주에 대한 무한한 동경과
사랑에 대한 잠재력으로 가득하죠.
전래동화 <견우직녀>를 읽고 설레어서
밤잠을 이루지 못하기도 했어요.
그리곤 어느 여름밤,
천체관측 시간에 학교 옥상에 올라가
직녀성인 거문고자리의 베가와
견우성인 독수리자리의 알타이르를
찾아보기도 했어요.
혹시 밤하늘에서 견우와 직녀가
사랑을 속삭이고 있지는 않을까
궁금했거든요.
백조자리의 데네브와 함께
대삼각형을 이루는 모습을 보면서
사랑이는 무한한 이야기를 상상하곤 했어요.
끝없이 이어지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신이 마치 동화 속 공주가 된 기분이었죠.
이런 사랑이를 두고
엄마와 친구들은 핀잔을 주곤 했어요.
“사랑아, 너는 어딘가 좀 다른 구석이 있어.”,
“상상력이 정말 풍부하구나. 특별한 아이야.”
심지어 이런 말도 들었어요.
“너는 별나라 공주님이니?”
이런 사랑이를 유일하게 이해해 주는 사람이
사서 선생님이었어요.
사서 선생님은 이름이 ‘연주’예요.
‘이끌 연’자에 ‘집 주’자를 쓴다고 하셨어요.
이름의 뜻을 알고 나니 사서 선생님은
도서관에만 있기에 너무
아까운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사서 선생님은
세상에서 책이 제일 좋다고 하셨어요.
빌 게이츠, 일론 머스크, 오프라 윈프리 모두
책을 통해 위대해졌다면서요.
자신은 그런 위대한 사람은 못될지라도
학교에서 어린이들을 위해 공들여 책을 고르고,
서가를 정리하고 어린이를 맞이하는 게
큰 기쁨이라고 하셨어요.
사랑이는 그런 연주 선생님을 보면서
자신도 도서관 사서가 되는 건
어떨까 하는 꿈을
남몰래 키우곤 했어요.
하지만 ‘우주’에도 관심이 많고
‘사랑’에도 관심이 많은 사랑이는
어느 하나를 딱 정하지 못하겠지 뭐예요.
그렇게 다방면에 관심을 두며
이날도 사서 선생님이 추천해 주신
새 책들을 보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눈에 띄는 책 한 권이 있었어요.
바로 <별을 청소하는 견우와 달을 노래하는 직녀>라는
동화였어요.
지은이는 그저 ‘루비’라고만 되어 있었죠.
‘루비,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에서
왕자 동상의 칼자루에 박혀있던 그 보석?’
작가 프로필을 보니 두 편의 동화를 쓴 사람이었어요.
‘보석처럼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이 쓴 동화인가 봐.’
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사랑이는 책상으로 가서
한 장 한 장 뒤로 넘기기 시작했어요.
사각사각 책장 넘기는 소리와 더불어
창밖으로 바람도 살랑이는
어느 여름날, 한낮의 오후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