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밤, 포근 아줌마의 방은 환한 빛으로 가득해졌어요.
울음소리와 함께 말이에요.
“우아앙”
“잡았다 요놈! 대체 내 물건을 훔쳐 간 놈이 누군지 얼굴 좀 보자.”
“우아앙… 너무 아파! 프라이팬이랑 그릇들을 대체 왜 여기 둔 거예요!”
“킁킁이…?
“허…엇? 포…근…아줌마.”
“저…킁킁이…너가…정말…”
“죄송해요…”
“그러면 정말…그동안 정말… 네가… 내 물건들을 가지고 간 거니?”
킁킁이의 얼굴은 붉어지고
맑은 눈동자엔 눈물이 찰랑찰랑
가득 차오르고 있었어요.
이런, 주르륵주르륵 흘러나오는 눈물이
모든 것을 말해 주네요.
킁킁이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
포근 아줌마의 창문에 달린 커튼 속으로
쏘옥 들어가 버렸어요.
“…………….”
“흠…어서 이리 나오렴!
나와서 왜 이런 일을 벌였는지 말해보렴!”
“………………”
하지만 킁킁이는 커튼 뒤에 숨어
아무 말 없이 훌쩍훌쩍 울기만 했어요.
“훌쩍훌쩍”
포근 아줌마는 답답하고 화가 났지만,
이내 킁킁이가 안쓰러워졌어요.
“킁킁아, 아줌마는 너를 혼 내려는 게 아니야.
물론 아줌마의 물건을 훔쳐 간 건 잘못이야.
그건 너도 알고 있지?
하지만 우리 킁킁이는 아무 이유 없이
그러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
“대체 왜 그런 건지 이유를
이 아줌마에게 말해 줄 수 있니?”
잠시 후 킁킁이는 결심한 듯 커튼 밖으로
얼굴을 쏙 내밀었어요. 눈물, 콧물 범벅이 된 채로 말이에요.
“그…그게…”
“그래.”
“죄송해요… 포근 아줌마… 사실… 사실은….”
“그래. 괜찮으니 다 말해 보렴.”
“그러니까…사실은…저는 아줌마의 물건을 훔친 게 아니에요!”
“뭐? 그게 무슨 소리야?
네가 무슨 잘못을 한 지 모르는구나!”
“아니…그게 아니라…사실…
저는 아줌마의 냄새를 훔쳐 간 거예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냄새가 금방 사라져 버려서…
어쩔 수 없이…계속 계속…
아줌마의 물건을 훔쳐 갈 수밖에… 없었…어요…”
“뭐? 뭐라고? 냄새라고?”
“네… 냄새요… 이 마을에 새로 이사 왔을 때
저는 모든 게 낯설기만 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쿠키를 가져오던
아줌마의 냄새를 맡으면 마음이 아주
포근해지고 따뜻해져서
꼭 구름 위를 나는 것만 같았거든요!
그러면 매일 밤에 어둠이 찾아와
제 심장을 마구 두드려도 금세 제 심장이
고요해져서 뭉게뭉게 구름을 타고
꿈나라로 갈 수가 있었거든요.”
“킁킁아… 이제야 네가 왜 필요도 없는
내 물건들을 가져간 건지 이 아줌마가 알겠어.
하지만 이제부터 아줌마의 냄새를 맡고 싶으면 말이지,
언제든지 우리 집에 오렴.
그럼, 아줌마가 냄새를 듬뿍 선물해 줄게.”
“정말요? 어떻게요?”
“이렇게…! 네가 아줌마의 냄새를 맡고 싶을 때마다
이렇게 꼭 안아주면 되지!”
“킁킁… 아줌마…이제 놀란 제 마음이
포근해지는 것 같아요.
그동안 죄송해요. 포근 아줌마”
“그래, 그래.”
‘킁킁아 네 마음을 몰라줘서 미안해…’
그렁그렁 눈물 맺힌 킁킁이의 눈동자는
어느새 미소가 가득해졌어요.
그걸 바라보는 포근 아줌마의 마음도 따뜻해졌고요.
창문 너머 보이는 별들도 오늘따라 반짝반짝,
킁킁이와 아줌마의 마음을 더 환하게 밝혀주는 것 같아요.
어느새 킁킁이의 눈이 스르르 감기고 있어요.
킁킁아, 포근 아줌마의 냄새가 가득 담긴 행복한 꿈 꾸렴.
Good n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