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내게 돈을 벌어줘
돈이 안 되면 가족도 친구도 버려줘
이 도시는 좀 짓궂어
웃는 표정을 짓고선
손목에 칼을 대고 말해
'일을 벌려줘'
서울은 계속 말해
'넌 아직 멀었어'
남과 나눌 필요 없어
있으면 다 먹어둬
어려서부터 너한테는
졸라게 역겹던 일들 해야 해
여려선 안 돼
이미 엮였어
다들 침묵하고 있지
웃고 있지만 사실 친구라도 믿지 않아
울고 있지만 사실 다 구라만 치지
살아남기 위해, 사랑하기 위해
밉지 않아
잊지말아야 하지만
우린 목적을 까먹지
사회의 압박에 억지로 눈을 감았지
가만히 있다간 쌀 한 가마니도 얻지 못해
뛰어야지
생각할 시간 없지
돈 나와라
금 나와라
은 나와라
돈 나와라
도깨비를 잡아 족친 다음에 방망이를 뺏어
씨름하자는 도깨비의 목을 칼로 베어
돈 나와라 뚝딱
아이들아 보고 배워
사람을 이루는 건 별 거 없어
돈 빼면 시체
등치가 집채만 해도 돈 떨어질 땐
다 동냥이 신세
돈을 손에 꼭 쥔 채 부풀려야해
쓰임새 따위 생각하면 그게 너의 실책
핑계는 질색
니 얘기는 아니야
희망 따위는 잘라버려
돈이 돈을 벌어
없으면 참아
여럿 욕심내다 골로 갔어
좀 그만둬
넌 그 자리가 잘 어울려
까불면 또 뚜껑 열려
뺏길 바엔 방망이를 불살라
황금알을 낳는 거위도 얼른 삶아먹어
우리는 재물을 삼키고 점점 더 강해져
불가사리처럼 불로불사야
돈 나와라
금 나와라
은 나와라
돈 나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