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리 그때여 어사또님 춘향 생각 더욱 간절허여, 급급히 길을 걸어 남원읍으로 들어가시는구나
진양조 박석고개를 넘어서서 좌우 산천을 둘러보니 산도 보던 청산이요 물도 보던 물이다마는 물이야 흘러갔을 것이니 그 물이 그저 있겄느냐 광한루야 잘있더냐 오작교도 무사헌가 동림 숲을 바라보니 춘향과 나와 둘이 앉어 이별허던 곳이로구나 선원사 저문 종성은 옛 듣던 소리로다 북문 안을 들어서니 서리 역졸이 벌써 모아 어사또 전으 문안커늘 어사또 서리 역졸을 분부허시되 명일거행은 여차여차허여라 일러 보내고 춘향 집을 찾어 갈 적에 일락서산허여 황혼이 되니 집집마다 밥을 짓노라 저녁연기 자욱허여 분별헐 길이 전혀 없네 차즘차즘 춘향 집을 당도허니 시비 앞에 졸던 개 컹컹 짖고 내닫는다 저 개야 짖지마라 주인과 같은 손이로다 뜰 옆에 벽오동 밑에 백두루미 잠들었다 밖에 인적이 얼른허니 화계단장 넘을라고 한 날개는 반만 펴고 또 한 날개를 좌르르르 펼 적에 뚜루루루루 낄룩 긴 다리는 징검징검 알옥성이 그이허구나 취병 뒤에가 은신허고 동정을 살펴보시니 그때여 춘향 모친은 후원어 단을 묻고 새 사발에 정화수를 떠서 새 소반에 바쳐놓고 통곡재배로 비는 말이 비나니다 비나니다 하느님 전에 비나이다 천지지신 일월성신 화의동심 허옵소서 임자생 성춘향은 낭군 위허여 수절허다 명재경각이 되었으니 삼청동 이몽룡을 어서 수히 급제시켜 전라어사나 전라감사나 양단간에 수히허여 오늘이라도 남원을 와서 춘향을 살리게 허여주오 이렇듯이 빌더니마는 그 자리에 퍽석 주저 앉어 아가 춘향아 에이 천하 몹쓸 년아 양반 서방이 얼마나 좋더냐 늙은 어미를 어쩔라고 이팔청춘 젊은 년이 생죽음이 웬일이냐 어디가서 삼겨나지를 못 허고 죄 많은 내게와 삼겨나서 어미 죄로 너 죽느냐 춘향아 금지옥엽 내 자식을 애비 없이 길러내어 이 지경이 웬일이란 말이냐 향단아 단상에 물 갈어라 지성신공도 오늘 밖에 또 있느냐 어사또 그 거동을 보더니마는 하염없는 눈물이 빙빙 돌며 목이 메여 말을 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