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이 거동 보아라. 후당으로 들어가 이윽히 진정타가, 의관을 점지허고, 현덕을 앙접허여 단으 올라 예필 좌정 후, 공명이 현덕을 살펴보니 면여관옥이요, 자고기이허여, 순약도지허고, 수수과슬이라. 오모 홍포으 뚜렷이 앉은 모양, 중흥할 인군이요. 현덕도 눈을 들어 공명을 살펴보니, 머리 우으 윤건이요, 몸에난 학창의라. 백운선 손에 들고 엄연히 앉은 거동, 기질이 쇠약허여 입은 옷을 이기지 못할 듯허나, 미간의 천지조화며, 강산 정기가 어렸으니, 운주유악지중허여 결승천리지외헐 당시 영웅이 분명구나.
현덕이 공명을 아무리 보아도 영웅이라. 유황숙 꿇어앉어 지성으로 비는 말이,
“선생, 잠깐 듣조시오. 한실이 미약허고 국운이 망극이라, 종묘 사직이 망재조석인데, 초야으 묻힌 선비 한탄이 무궁허고, 장사는 말을 타고 도무를 싫어허니, 가련헌 게 사직이요, 불쌍헌 게 백성이라. 북풍은 삽삽허고 백설은 분분헌디, 손 불어 축천허고 발 굴어 쉬여올 제, 뉘를 보랴 예 오리까? 선생의 높은 이름 들은 지 오래오니, 경천위지재와 안방보국 지심으로 어린 나를 구하소서.”
공명이 배사주왈, “양이 본시 무식하와, 포의천사로, 남양에 밭 갈기와 강호의 고기 낚기, 글을 좀 좋아 일삼거든, 천하 도모한단 말씀 만불성설이라. 낭설포문하시고 존가 허행을 허셨나니다.” 형익도 펼쳐 놓고 중원 시사 운운하여 이해로만 말씀뿐이요 나올 뜻은 없는지라, 현덕이 기가 막혀,
다시 꿇어 여짜오되, “여보, 선생, 헤어 보오. 지금 삼국이 분분허여 사방은 난신적자 구름 일 듯 허옵기로, 억조창생이 소연, 십실이 구공이라, 미약한 우리 한실, 선생이 아니시면 뉘라 부흥허오리까?” 오열한 소리 끝에 흐르나니 눈물이요 쉬나니 한숨이라, 현덕의 일편심이 구천으 사무친다.
공명이 그제야 감탄하고 함루허며, “천단한 재주를 버리지 아니허시니 현주를 도와 견마지력을 다하겠나니다.” 현덕이 반겨 듣고 운장과 익덕을 불러 단례를 나눈 후에, “이 사람은 내 둘째 아우 운장이요, 이는 내 셋째 아우 익덕이옵니다.” 공명이 반겨 허며 아우 균을 불러, “이 애, 균아, 유, 관, 장, 세분께서 날 같은 천사를 대접코저 포수금백 예물로써 삼고초려 지극허시니 지은을 난망이라, 이 몸을 허락허니, 후원의 매화를 버리지 말며, 내 공성신퇴할 날이나 기다려라.”, “예, 형장은 대사 성공하시고 수이 환가하시기 바라나니다.” 아우에게 이렇듯 당부허고 현덕과 신야로 돌아오니, 병불만천이요, 장불만십이라, 천하사를 의논 헐 제, 이때으 운장은 못마땅히 여겨, “공명이 나이 어리고 진실한 재조 없거늘, 형장이 너무 태과히 대접함이 불가한가 하나니다.” 현덕 왈, “내가 공명을 얻음이 고기 물을 얻음과 같는지라, 아우는 그런 말 허지 말라.” 하로난 공명이 허는 말이 “주공, 빨리 군사를 초모하소서.” 현덕이 백성 삼천인을 모집하야 공명이 시시로 진법을 가르치되, 때마침 조 조가 하후 돈으로 하여금 십만 군을 이끌고 짓쳐온다 하거늘 공명 왈, “운장이 군령을 아니 들을 것 같사오니 칼과 인을 빌리소서.” 현덕이 허락허고,
일일은 공명이 장대으 높이 올라 제장을 분발헐 제, “운장은 일천군을 거느리고 안림 숲을 가만히 매복허였다가, 적병이 지나되 양초 뒤에 있을 것이니, 남방 봉화를 보아 박망성 향허여 양초으 불을 놓으라. 조 운은 선봉이 되어 적장을 유인허고, 익덕은 중군이 되어 적군이 이르거든 일시으 엄살허라. 주공은 일군을 거느리고 뒤를 접응하소서.” 운장, 익덕 대소 왈, “우리는 적군을 막거니와, 그대는 집 속에 편히 있고저 헌단 말가?” 공명이 호령허되, “칼과 인이 예 있거날, 위령자는 참하리라.” 벽력같은 호령 소리, 위엄이 추상같다. 현덕이 무안허여, “현제여, 현제여, 운주유악지중 결승천리지외를 어이 모르는고? 두 아우는 추호 영을 어기지 말라.” 이때여 하후 돈, 우 금, 이 전이 박망파으 이르러 현덕 진을 보더니 대소허며 허는 말이, “견양을 몰아다가 맹호를 침범함이로다.”
조 운이 말을 놓아 급급히 달려오다 하후 돈과 서로 맞어 십여 합 싸우더니, 조 운이 패하는 체 오던 길로 닫는지라, 하후 돈 의기양양, 쫓기로 작정허니, 우 금과 이 전이 왈, “적을 경시허면 패한다 하였으니, 길이 좁고, 갈수석과 수목이 총잡헌듸, 만일 불로 치거드면 그 일을 어쩌리요?” 돈이 듣고 옳게 여겨 군사를 거둔지라. 뜻밖에 사면에서 화광이 충천, 화성은 우루루루루루 후닥딱 꿍. 자룡이 말을 놓아 좌충우돌 쫓아오니, 하후 돈 대경허여 쥐 숨듯 도망허고, 그 뒤 장익덕은 고리눈 부릅뜨고, “네 이놈, 우 금, 이 전아, 닫지 말고 창 받어라.” 우레같은 큰 소리 산악이 깨어진 듯, 우 금을 몰아치고 또 그 뒤를 바라보니 후봉대장 관운장이라. 벽력같은 큰 소리으 이 전이 황급하야 정신없이 달아날 제, 그때으 공명 선생, 군사를 거둔지라, 공명의 신기모산 귀신도 난측이라. 운장, 익덕 이하 장졸들이 모두 다 경탄을 허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