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무너졌을 때
곱게 써진 글씨들이 지워졌을 때
모래가 다듬어진 채
다시 무너질 준비를 하고 있어
사람들이 하나둘 지나가도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아도
고개를 숙여 발끝을 바라보고
하염없이 눈치 보고
바람이 잦아졌을 때
흩날리는 나무들이 고요해질 때
숨이 멎은 채
다시 부딪힐 준비를 하고 있어
사람들은 매일 같이 화내고
짜증이 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고개를 숙여 자리를 또 피하고
나는 다시 눈치 보고
알 수가 없어 난
먹구름이 껴도 비가 내리지 않는 날
불안에 떨어 난
가방 속 우산을 몇 번째 확인해 본다
누군가의 말
너 그러다가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천천히 가라앉는 웅덩이 속
모래들을 저어 다시 흙탕물이 탁해지곤 해
왜 자꾸 나를 흔들어
가라앉길 기도해
아직도 나는 휩쓸리나 봐
타오르는 불길은 걷잡을 수 없나 봐
재가 되어 흩날리다 보니까
사람들의 기침은 어쩔 수 없나 봐
알 수가 없어 난
맑은 하늘에도 비가 내리던 어느 날
헛웃음이 나와
이런 상황에 내가 무얼 챙겨 나오나
누군가의 말
너 그러다가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천천히 가라앉는 웅덩이 속
모래들을 저어 다시 흙탕물이 탁해지곤 해
아직도 나를 흔들어
가라앉길 기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