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떠 보니까 여기가 어디야
분명히 내 두 발로 걸어 들어온 것 같은데
지나온 곳을 돌아보니까
잘 닦여진 사파리의 찻길
사자들이 득실대는 정글인 줄 알았는데
꽤 안전하고 뻔했던 코스
그래 난 모험가가 되고 싶었어
매일 다른 방향의 바람에 맞서
싸우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어
완전히 아닌 건 또 아니지만
단지 여기는 어디고
난 여기서 뭘 하는 거야?
눈 감으니까 좀 알 것 같아
저기 발자국 하나하나 내가 찍어온 것들이 맞아
거침없이 달리고 싶었지만
누구보다도 안전제일이야
내 머리는 단단한 헬멧으로 감싸고 있고
주머니엔 연락처만 쌓여가네
그래 난 예술가가 되고 싶었어
꿈속의 흔적들을 따라다니며
그리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어
지금도 놀고 있는 건 아니지만
단지 여기는 어디고
난 여기서 뭘 하는 거야?
열린 결말로 가고 싶어
시작과 끝이 되풀이되지 않는
온 삶이 이끄는 방향으로 나갈래
근데 여기는 어디야?
이유 없이 자꾸 목이 말라
단단하고 단순한 마음이 필요해
점들이 물음표로 자라지 않도록
근데 여기는 어디야?
대체 여기는 어디고
난 여기서 뭘 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