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든아, 받아! 야 근데,
너 또 코 파고 있냐?
너 이러는 건 우리
코딱지 비밀클럽의 망신이야, 망신!”
멀리서부터 달려오던 다운이가
이든이에게 공을 던지며 말했어.
“내가 코딱지 비밀클럽을
망신시키려는 게 아니라,
내 코는 한 번씩 관리를 해줘야 하거든.
깨끗하게 싸악 닦아내야
신선한 공기도 솔솔 들어오고 말이지!
콧구멍 청소 좀 했다고 되게 뭐라 그러네. 킥킥.”
“이젠 좀 그만할 때도 되었다~ 이 말이지.
이든아, 넌 콧구멍한테 미안하지도 않냐?
콧구멍이 무슨 땅굴이냐고.
왜 자꾸자꾸 파느냐고. 큭큭.
콧구멍 좀 편히 쉬게 두라고!!! 큭큭큭.”
“사돈 남 말하네. 그러는 넌 코 안 파냐?”
“에헴. 이 강다운으로 말할 것 같으면
4학년이 되면서 깔끔하게
코 파기를 딱 끊었지. 하하하.”
“뻥 치시네. 그게 그렇게 쉬우면
우리가 코딱지 비밀클럽 같은 건
만들지도 않았을 거야.”
“아니야. 진짜라니까.
내가 3학년 공개 수업 때
발표를 한 번 하고 나서부터는
더 이상 발표가 무섭지 않아.
나 요즘 발표 되게 많이 하잖아.
그 덕분인지 콧구멍이 간지러운 날이
거의 없었어. 진짜야 진짜!”
다운이는 본인도 신기하다는 듯이
신나게 자기 이야기를 했어.
오늘은 토요일! 다운이네 팀이
축구 연습을 하기로 한 날이야.
주말에 연습을 좀 해 둬야
학교에서 다른 학년이랑 경기하거나,
같은 동네에 있는
해바라기 초등학교 애들이랑
축구 할 때 경기가
조금 더 잘 풀리거든.
축구 연습이 있는 날이면
다운이와 이든이, 그리고 하은이는
연습 시간보다 한 시간쯤 먼저 만나서
이야기도 하고 간식도 먹는 게
또 다른 즐거움이야.
오늘은 하은이가 좀 늦는 바람에
이든이와 다운이는
둘이서 실컷 수다를 떨었지.
“얘들아, 늦어서 미안. 대신, 짜잔~
꽈배기 빵 하나씩 먹어.
아빠가 오는 길에 사준 거야.”
드디어 하은이가 나타났어.
“올~ 맛있겠다. 하은아, 고마워.”
다운이는 오늘 점심을 너무 일찍 먹어서
무지하게 배가 고팠었는데,
하은이 덕분에 주린 배를
채울 수 있게 되었어.
“하은아! 여기 꽈배기 유명하잖아!
나도 먹어 볼래.”
이든이는 꽈배기를 덥석 집어 먹으면서
말을 이어갔어.
“근데 하은이 너희 아빠
엄청 바빠서 얼굴도
잘 못 본다 그랬었잖아.
요즘엔 덜 바쁘신가 보다.
지난번에도 너 축구하는 거 보러왔는데,
오늘도 아빠가 여기까지 태워 준 거야?”
“맞아, 나 원래 아빠랑 친하지도 않고,
아빠랑 시간을 같이 보낸 적도 거의 없어.
그래서 아빠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고.
그런데 요즘….
우리 아빠가 좀 달라진 것 같아.”
“그거. 좋은 거지?”
다운이는 하은이의 얼굴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어봤어.
“응. 좋은 것 같아.
좀 어색하기도 하지만 좋은 건 분명해.
원래 우리 가족 셋이 모이면
엄마랑 나랑 둘이서만
대화를 했었거든.
엄마는 아빠랑 거의 말을 하지 않았어.
너희도 알잖아.
엄마는 늘 아빠에게 화가 나 있고
아빠는 엄마 눈치만 살피다가
금방 또 나가 버리고 그랬었어.”
“그런데 아빠가 왜 갑자기
달라지기 시작한 거야?”
이든이가 아까부터 궁금했던 걸 물었어.
“아빠가 하던 일을 그만뒀어.
아마 일이 잘 안 풀린 것 같아.
아빠가 하던 일이 어떤 건지
나는 사실 잘 몰라.
그런데 엄마가 그 일을 싫어했다는 건
확실히 알아.”
“그럼, 아빠가 사업을 그만둔 걸
엄마도 좋아하겠네?”
이든이는 탐정이라도 된 것처럼
하은이에게 묻고 또 물었어.
“그런 것 같아. 엄마가 요즘은
아빠랑 같이 있을 때도 가끔 웃거든.
예전에는 그런 적이 한 번도 없었어.
그리고 아빠도 새로운 일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늘 기분 좋은 모습이야.
그리고 내가 가장 좋은 건,
아빠가 매일 집에 일찍 들어온다는 거야.”
하은이는 맛있는 음식을 음미하듯
눈을 감고 가만히 미소 지으며 말했어.
“다행이다. 하은아.
너 요즘 아빠랑도 되게
친한 것 같아 보여.”
다운이가 말했어. 멀리서
아이들이 와글와글 떠드는 소리가 들려.
축구 연습 시간이 거의 다 되었나 봐.
“얘들아, 이제 우리도 풋살장으로 갈까?”
다운이가 앞장섰고 이든이와 하은이도
그 뒤를 따라 풋살장으로 향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