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름날에, 너는 말했어
"내가 없어도 넌 잘할 거야"
멋쩍게 웃은 8월의 여름날은
유난히도 더웠어, 그런
기억만 남은 채야
녹은 아이스크림, 시끄러운 매미 소리
늦은 여름 속, 너를 기다려
유난히도 어두운 목소리는
저녁놀과 비슷한 색채를 띄고,
몇 년이 지나도 그대로인 채
올려다본 저 밤하늘에
더 이상 별은 보이지 않아,
새까말 뿐야
그러니
여기서 뛰어내린다니, 그런 말은 하지 마
이율 물어도 거창한 건 말할 수 없지만
여지조차 남기지 않은 네 인생의 공백란은
저 노을에 비추어도 여전히 투명할 뿐이야
너를 그저 그 시간에 가두기엔
난 아직도 그 여름에 머무른 채
여전히 난 하고픈 말들 조차
내뱉지도 못하는 겁쟁이야
일그러지는 공기 사이로
사라져만 가
그래서
여기서 뛰어내린 거니, 전해질 리가 없는
낮은 채도의 독백 만이 허공을 맴돌아
여백을 채우려고 꺼낸 푸른색의 물감마저
참 서툴기만 한 나는 여전히 물들지 못하고
언제나 도망치는 나는
작별 인사 따위는 하지도 못한 채,
'만약에 죽는다면' 같은 말은 하지 마
뒤늦은 후회만이
그저 난
여기서 살아가고 있어, 네가 준 여백 속에서
분홍빛 카네이션이 꽃피우고 있어
마주한 여름 공기 안에 널,
느낀 것만 같아서
지독하게 더운 낮, 새파란 하늘 아래
내다본 네 색은 여전히 투명한 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