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사람아
-페르귄트
그리운 사람아
내 그대 향해 서면
그리움은 허공에 띄우는 편지
받는 이 없어도 날마다 쓰는 편지는
노을 빛 긴 긴 강물이 된다
그리운 사람아
그것은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
밤마다 창가에 나가
애타게 너의 이름을 부르면
눈 시린 별빛만 차갑게
야윈 가슴에 쏟아져 내리고
그것은 내 유년 시절
공원 벤치에서 혼자서 날리던 풍선
꽃망울처럼 날마다 소리없이 부푼다
높이 높이 떠올라 하늘에 닿는다
하여 조금씩 조금씩 싹이 튼다
파랗게 이파리가 돋아나
사방으로 가지 벋는 소리 들려오고
타박 타박 타박
아스라이 머언 곳으로 발자국 소리 하나
멀어져 가고 있다
모든 촉수는 너를 향해 서 있다
그늘진 울타리 한 켠에
피를 토하듯 빠알간 꽃망울이 되어
내 그리운 사람아
손짓을 하면 닿을 듯 닿을 듯
한 줌 실바람에도
마냥 너는 흔들리고 있구나
구만 리 하늘 길에
지친 나래 퍼덕이며 날아가는
길 잃은
철새 한 마리
이제 나는 아무것도 들을 수 없는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아무것도 더 이상은 부를 수 없는
하얀 망부석이 되었구나
그리운 사람아
아아 내 그리운 사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