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이 그렇게 필요했었어?
(그렇게 필요했었어?)
혹시 꿈이 아니었을까
한 순간 느껴지는 살을 찢는 듯한 복부의 고통
내 몸에 걸친 건 확실히 환자복
이불 맡에 써 있는 세브란스 병원
순간 밀려 오는 혼란과 뇌의 대반란
이제 대단락을 마무리 질 시간이야
오른팔에 꽃혀 있는 링거 바늘을 빼고
피카츄가 그려진 슬리퍼를 신고
냉장고를 열어 쥬스 뚜껑을 땄어
자살이란 행사에 앞서 나 목을 축였어
옆에서 주무시는 어머니
바라볼 수 밖에 없었어 나 멍하니
비싼 돈 들여 키워 놨더니 (죄송해요)
비상구 옆에 문을 열고 옥상 향했어
차가운 바람이 내 빰을 스쳤다
망설임 없이 난간에 발을 올렸다
어 근데 이게 왠일 참 별일
옆에 같은 병실에 있던 사람이
난간에 서서 기도하는 모습에
동병상련 그만 말을 건넸네
혹시 당신도 뛰어 내릴 생각?
(그래 나도 확 뛰어 내릴려고 여기 왔지)
혹시 신의 마지막 선물 이거 신문
첫 페이지를 장식할 듯한 기분
(그래 혼자보단 둘이 좋지
까짓 거 너는 왜 죽을려고 이리 애써)
난 아버지에게 찔렸어 보험금
나보다 사랑했나봐 집에 쌓일 현금
근데 보란 듯이 나 살아 있잖아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효도잖아
(내 나이는 자꾸 늘어 가는데 나 좆도
가진 것이 없는 내 현실엔아무 것도
살아 있는 것이 더욱 뼈를 깎는 고통
빌어 먹을 내 인생은 씨발 좆같어)
헤헤 둘 다 세상에 미련 따윈 없구려
그냥 손 잡고 같이 뛰어 볼까나
(그럼 왠지 사람들이 의심할 거 같애
누가 먼저 뛸지 정해 보자 미친)
그럼 가장 간단하게 가위 바위 보로
정하는 건 어때 공평성 최고
(이거 완전 막장 갈 데까지 갔다
내 목숨을 걸다니 가위 바위 보)
아 씨발 내가 졌군
쳇 먼저 갈께 천국에서 기다릴께
마지막 대화 즐거웠어 친구
분명 여기보다 좋을 거야 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