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목(果木)
- 박성룡 시
과목에 과물들이 무르익어 있는 사태처럼
나를 경악케 하는 것은 없다.
뿌리는 박질 붉은 황토에
가지느 한낱 비바람들 속에 뻗어 출렁거렸으나
모든 것이 멸렬하는 가을을 가려 그는 홀로
황홀한 빛깔과 무게의 은총을 지니게 되는
과목에 과물들이 무르익어 있는 사태처럼
나를 경악케 하는 것은 없다.
-흔히 시를 읽고 저무는 한 해, 그 가을에도
나는 이 과목의 기적 앞에서 시력을 회복한다.
♠♠ 과목이 온갖 시련 속에서도 풍요한 결실을 맺는 생명의 신비를 대하게 되면 실의에 잠겨 우울해 있던 시인의 마음도 활기를 되찾게 해 된다. 자연의 은혜는 우리 모두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