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에 소년 소녀 살았네
손에 손을 서로 마주 잡고 사랑을 맹세했네
님가는 곳이 어디라도 나 따라 함께 가리오
이 세상 그 무엇도 우리를 가르지 못하리오
소년 나이 막 스무살에 나라님 부름 받고
철모자 손에 총을 쥐고 군인이 되었네
떠나는 님아 몸 건강히 부디 건강히 지내오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 눈물 어찌 마르리오
지옥 같이 참혹한 날에 살기 위해 죽일 때
소년의 피가 흙과 풀을 붉게 물들였네
나른한 봄날 꽃 필 적에 님 돌아오신다더니
계절이 벌써 피고 지어 낙엽 되어 날리우네
소년 마침내 눈 떴을 때 죽고만 싶었네
죽기보다 못한 게 있을 줄 그때까진 몰랐네
소녀는 기다림에 지쳐 거울 속 모습을 보네
그 옛날 소녀 간데없고 슬픔은 주름되었네
소년은 먼발치에 서서 고향을 바라보다
서산 너무 노을이 질 때 발길을 돌렸네
세월이 흘러 흘러 소녀는 한 소년을 낳았네
그 옛날 소녀를 꼭 닮은 예쁜 소년을 낳았네
우연히 소년 길을 걷다 비참한 노인을 만났네
호기심에 소년이 묻기를 “어찌 그리 되셨소?“
그 옛날 소녀를 꼭 닮은 소년을 만난 그날 후에
노인은 몇 번이고 그 질문을 가슴에 품었네
소년이 청년으로 자라 나라님 부름 받던 날
엄마에게 스쳐 지나가는 그 옛날의 추억들
소년을 태운 기차가 멀리 떠난 그 자리에
엄마는 눈물을 뿌리며 하릴 없이 서 있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