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화대교북단

한웅재

주일 아침 교회로 향하는

길가에 양화대교 북단

거기 나직히 돋아선

옛 이야기 같은 언덕

오래 전 벽안에 사람들

가슴에 가득한

뜨거운 사랑있는 곳

그 곁을 무심히

지나치는 나는

강변북로 위를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물결

거리 거리마다 흐르는

그 모든 이들의 가슴

언덕 위에선 그 사람

그 앞을 지나는

오늘의 우릴 본다면

그 곁을 지나는

내 가슴 속을 본다면

긴 겨울같은 바람

흔들거리는 마음

아직 버리지 못하는

내 그림자와 같은 두려움

문득 그 언덕 위에서

십자가 하날 본 것 같아

이미 합정동 네거리

지나쳐 신촌 길로

다시 오던 길 돌이켜

그 밑에 달려가

크게 한 번 울어 버리고

모든 것 내려놓고

잠시 쉬다 올 것을

주일 아침 교회로 향하는

길가에 양화대교 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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