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냥이 울음 따라 따라 간다
별빛차가운 저숲길을
시냇가 물소리도 가까이 들린다
어서 어서 가자
길섶의 풀벌레도 저리 우니
석가세존이 다녀 가셨나
본당의 목탁 소리 귀에 익으니
어서 어서 가자
이 발길 따라 오던 속세 물결도
억겁 속으로 사라지고
멀고 먼 뒤를 보면 부르지도 못할
이름 없는 수많은 중생들
추녀끝에 떨어지는
풍경 소리만 극락 왕생하고
어머님 생전에 출가한 이 몸
돌 계단의 발길도 무거운데
한수야 부르는 쉰 목소리에
멈춰 서서 돌아 보니
따라 온 승냥이 울음소리만
되돌아서 멀어지네
주지스님의 마른 기침 소리에
새벽 옅은 잠 깨어나니
만 리 길 너머 파도 소리처럼
꿈은 밀려 나고
속세로 달아났던 쇠북소리도
여기 산사에 울려 퍼지니
생로병사의 깊은 번뇌가
다시 찾아 온다
잠을 씻으려 약수를 뜨니
그릇 속에는 아이 얼굴
아저씨 하고 부를 듯하여
얼른 마시고 돌아서면
뒷전에 있던 동자승이
눈 부비며 인사하고
합장해 주는 내 손 끝 멀리
햇살 떠올라 오는데
한수야 부르는 맑은 목소리에
깜짝 놀라 돌아보니
해탈 스님의 은은한 미소가
법당 마루에 빛나네
한수야 부르는 맑은 목소리에
깜짝 놀라 돌아 보니
해탈 스님의 은은한 미소가
법당 마루에 빛나네
법당 마루에 빛나네
2009.10.12 월요일 AM04:21분 27세 황호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