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새벽 비는 내리고
벌거벗은 내 마음
갈 길을 잃었나
네 줄기 갈래길과
아홉의 환상
흙 묻은 구두 한짝이
들판에 버려져 있네
말씀의 이 세계
날 구할 수 없네
무언의 대지 위엔
나를 깨우는 꿈
저 바람 속에
검은 새 날을 때
침묵을 기르는 비가 내린다
경계의 저편 아득히
함성이 울려도
나는 들을 수 없네
순례자의 북소리
잠든 나를 깨우나
저 억만 개의 빗줄기
그 누구의 꿈인가
비가 내린다
이른 아침 새벽 비는 내리고
벌거벗은 내 마음
갈 길을 잃었나
미명의 저 언덕 위에
지명없는 이정표
슬픈 이방인이 나는 되었네
나는 오늘 떠나리
새벽비 맞으며
나는 오늘 떠나네
새벽비 맞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