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이 끝난 후 (Feat. Tez Chamber, 웅희)

술배

어린 소년의 심장을 뛰게 하던 네거리 극장

한달에 한번 있던 공연 전날엔 잠을 못자

코묻은 동전을 모았지 그 작은 소년에겐 생일만큼 좋았지

조명과 빛 사이로 번지는 보랏빛 선율

눈부신 무대위로 스치우는 별빛을

눈에 담았지 그래 딱 마치 찰나의 순간도 흘리지 않으려는 듯

조명이 꺼지고 막이 내린 무대 앞에서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했어

한참을 서성이곤 했지

모두가 떠나버린 정적의 객석에서

홀로 멈춘채 주문을 외웠대

먼훗날의 자신을 간절히 그렸대

무대 한가운데 꿈을 새겨 넣곤해

숨이 멎을 듯 했던 연극이 끝난 후에

달빛 거리위로 번지는 이밤

창문 너머로 멈춰진 시간

부서질듯 유리처럼 타오르던 불꽃처럼

잠시 머물렀던 향기여

어느새 소년은 몰라보게 달라졌어

남몰래 품던 꿈 깊게 숨었어

훤칠하게 자랐던 키와 반대로

간절히 바랬던 꿈은 빠졌어 심해로

그를 묶어뒀던 현실의 밧줄은

그의 날개마저 묶어버리고 꺾어버렸어

기억의 조각들은 여러갈래 흩어졌던지

꿈을 잃어버렸었던지

아니면 꾼적이 없던지

어릴적 네거리 극장속엔 더이상 그는 없어 짙은 안개속에

현실과 타협했던 그의 모습만 비춰 바라볼수 조차 없는

검은 암흑속에 묻혀 또 한숨만 내쉬며 붙인 담배연기에

저 아련한 꿈을 태워보내며 집으로 향하네

치열하게 사는 날 위해서 제발 사라져줘

달빛 거리위로 번지는 이밤

창문 너머로 멈춰진 시간

부서질듯 유리처럼 타오르던 불꽃처럼

잠시 머물렀던 향기여

어느새 소년은 몰라보게 달라졌어

훤칠하게 큰 키만큼 세상을 알게됐어

책임의 무게 만큼 어두워진 눈빛과 미소

날개를 꺾어버린 건 다름아닌 나인걸

오늘도 소년은 연극이 끝난 극장안에서

꿈을 새겼던 그곳을 바라보고 있어

열정의 무게 만큼 환하게 빛나던 미소

그날처럼 한번만 더 한번만 더

달빛 거리위로 번지는 이밤

창문 너머로 멈춰진 시간

부서질듯 유리처럼 타오르던 불꽃처럼

잠시 머물렀던 향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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