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환]
축 처진 어깨에 또 쓴 잔을 들이켜
괜한 핑계로 지친 몸을 일으켜
먼저 들어가겠다는 친구의
말에 희미하게 묻어 나오는 슬픔
잠을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크게 한숨을 쉬곤
다시 눕기를 반복해
누구보다 지금 이 친구의 바람은 간곡해
매번 마지막 한 고개 넘어서지 못해
주저 앉기를 몇 번째
괜스레 죄송스런 마음에
부모님 얼굴도 못 본채
이른 아침 집을 나서네
매번 맞는 새벽 공기는 아직도 낯서네
날개를 꺾인 듯 축 처져
세상과 단절한 체 스스로 잊혀져 가려는 듯
소식을 물어 오는 친구들의 문자엔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점점 더 작아지는 자신감의 크기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꿈들과의 거리
20대라는 그 길목에서
그는 오늘도 힘겹게 세상과 맞서네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는 않는
그의 고독한 선택의 기로에서
이 못난 친구가 해줄 수 있는 거라곤
이 짧은 위로와 깊은 기도뿐
[태훈]
어느 날 눈물이 주렁주렁 맺힌
너는 모든 시선이 다 조롱처럼
느껴진다면서 술에 취해 중얼중얼대
우린 아직 갈 길이 아주 멀댔잖아
근데 왜 여기에 멈춰서 닭똥 같은
눈물만 뚝뚝 흘리는 건데
이 무뚝뚝한 녀석
이제 그만 툭툭 털고 일어나 어서
사랑에 실패 취업에 실패
이제는 이 모든 세상이 다 싫데
하지만 생각해 봐 너 힘들어 쉴 때 함께 해준
친구들이 여기 있었잖아
흔한 이야기지만 시간이 약이란다
더 이상 하지마 축 처진 어깨를
또 혹시 이렇게 힘들더라도
그땐 피식 웃으며 스쳐 지나길
그래 나도 알아 말은 쉽다는 걸
하지만 너를 보면 많이 아쉽다
그녀를 미워하지 마 부모를 원망하지 마
세상을 증오하지 마 스스로 자책하지 마
화나도 나보다 환하게 웃고 넘기던
네가 너무 그립다 임마
아직 끝이 아니니깐 눈물 그치길 바래
내가 굳이 얘기 더 안 해도 알잖아 그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