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한데 그동안 즐거웠단 말.
미안하지만 우린 여기까지란 말.
가벼운 악수 그것 밖에 할 게 없어서
참 가엾어진 우리 두 사람.
미안한데 그동안 고마웠단 말.
마지막 치곤 꽤나 싱거운 한마디.
이미 다 잊은 사람처럼 잔잔한 너와
기댈 곳 없이 휘청이는 나.
참 간단한다. 우리의 사랑은.
참 시시하다. 차곡차곡 쌓은 우리 지난날은.
울 기운조차 없는 이런 날엔 웃음이 난다.
즐거웠다. 나 역시 그동안.
미안한데 그동안 즐거웠단 말.
미안하지만 더는 힘이 들단 그 말.
이미 다 버린 사람처럼 돌아서는 너와
또 볼품없이 서성이는 나.
참 간단한다. 우리의 사랑은.
참 시시하다. 함께 울고 웃던 우리 지난날은.
무너져 가는 이 사랑을 멍하니 바라본다.
즐거웠다. 나 역시 그동안.
얼마나 지나야할까? 봄이 오고 봄이 가고 봄이 오고.
이 시시한 사랑 앞에서 언제쯤 언제쯤 나는 단단해 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