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정류장을 지나
큰 길 따라 걸어가다 보니
병원 옆 목련나무에
봉오리가 맺혔더라
언젠가 니가 보내준
작년 이맘때 사진 속
나뭇가지 가득한 꽃망울
올해도 볼 수 있을까
닿을 듯 말 듯 구름 위를
둥둥 걷는 내 마음
너도 같은 건지 아님
나 혼자서 헷갈려 하고 있는 건지
합정과 망원 사이
매일 지나는 이 길처럼
늘 그렇고 그랬었던
우리 사이 어쩌자는 건데
올해도 눈이 내리고 꽃이 피고 지고
온 계절을 다 지내는 동안
서로 눈치만 보고 있잖아
뜬금없이 떠올랐어
며칠 전 너와 같이 걷던 길
초등학교 옆 과일가게 앞에서
귤을 사갈까 말까였나
별거 아닌 일로 투닥투닥 하다가
갑자기 내 손잡고 달리기 시작했지
그날의 공기 완벽했던 햇살과 우리 둘
나만 아니라 누가 봐도
오랜 연인 같았었는데
합정과 망원 사이
매일 지나는 이 길처럼
늘 그렇고 그랬었던
우리 사이 어쩌자는 건데
올해도 눈이 내리고 꽃이 피고 지고
온 계절을 다 지내는 동안
서로 눈치만 보고 있잖아
늘상 마주하는
익숙하고 당연한 하루하루
너와 함께면 당연한 게
아닌 게 되는 것 같아
합정과 망원 사이
매일 지나는 이 길처럼
아무렇지도 않고 똑같은 일상도
너와 함께 하고픈데
올해도 눈이 내리고 꽃이 피고 지고
온 계절을 다 지내는 동안
서로 눈치만 보고 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