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율동 공원에서
너를 만나기로 해서
어젯밤에 팩도 하고 면도도 했어
피곤할 테니까 좀 더 자
늦은 모닝콜 일어났어
서두르지 않아도 돼
천천히 머리 말려
고데기로 웨이브 주고
몸매도 착하니까
스트라이프 원피스 딱 좋네
화장하느라 시간 좀 걸리겠지
파운데이션 CC 파우더 볼터치
아이섀도우 틴트 립스틱
할 게 많지
괜찮아 예쁘게만 하고 나와
너를 기다리는 시간도
행복하단 말야
두근두근 설레임
두고 두고 널 보겠지
남들이 쳐다보겠지
이렇게 예쁜 내 여친
너가 정말 자랑스럽겠지
근데 야 너 화장 안 했어
화장하고 나와
you need some makeup
생얼이 예쁘단 말은
사실 뻥이었어
화장하고 나와
you need some makeup
생얼이 예쁘단 말은
사실 뻥이었어
100일 200일 지나면
사랑이 변하니
아니 그럴 리가 없어 맘은 똑같지
전화 횟수 카톡 말투로 날
의심하지 그러는 넌
왜 화장 안 하니
연애 초반에는 엄청
신경 썼던 거 알아
작은 잡티 고춧가루 발냄새까지
예쁜 옷만 골라서 입고 왔지
근데 지금은 마루에서 입고 있을
티와 쪼리
화장 안 해도 예뻐 보인다는
남자들의 소리 다 거짓말
니 주근깨와 여드름 갈라진 입술
눈가의 주름은 어쩌지
내가 편해졌나 봐
예쁘게 보이기 싫나 봐
그러면 또 공격하지
이젠 내가 안 예뻐 보여
너야말로 변했지
너가 스무 살이냐
화장품 살 돈 없어
엄마 꺼라도 뺏어다 써
너 오늘 좀 아파 보여
화장하고 나와
you need some makeup
생얼이 예쁘단 말은
사실 뻥이었어
화장하고 나와
you need some makeup
생얼이 예쁘단 말은
사실 뻥이었어
내 옷에 화장품 묻을까
걱정하지 마
어차피 찬물에 빨아도
완전 멀쩡하니까
반짝이 묻히고 여친 있는
티 좀 내 보자
어머니가 상상 연애인 줄
염려하신다
커피 잔에 말고 내 입술에
빨간 립스틱을 묻혀 봐
좀 더 꾸며 봐 나중에는
동료애나 전우애로 전락한다
그러다 남자는 시각에 약해
내 탓 아니야
그저 좀 더 예쁜 너를 보고 싶어
사진도 찍고 친구한테 자랑하고
피곤에 쩔은 보라색 입술 대신
새빨갛게 촉촉한 니 입술에
쪽 하고 싶어
내 욕심이 너무 컸나
화 났어 미안 우리 애기 삐졌나
생얼이든 화장발이든
널 사랑할 거야
그래도 솔직히 눈썹은
문신하러 갈까 아 농담이야
화장하고 나와
you need some makeup
생얼이 예쁘단 말은
사실 뻥이었어
화장하고 나와
you need some makeup
생얼이 예쁘단 말은
사실 뻥이었어